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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장수 이야기

울 아부지...그리고 아부지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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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칠십하고도 셋...

경주 鄭氏 66대손, 고흥 남양 정가네 2남 2녀중 막둥이 아들...
막둥이 다우신 기질과 편식(^^)을 갖고 계시고, 늦은 결혼하신 뒤 늦게 철(^^;)이 드셔서 이승에선 다시 만나뵐 수 없는 부모님 그리워, 제 팔뚝 만큼이나 할 가녀린 두 다리로 틈만 나시면 먼길을 달려 고향으로 가시곤 하십니다.

뱃길로...시내버스로...시외버스로...또 군내 버스로...이렇게 힘든길 마다하지 않으시고 고향의 형님댁으로...제겐 할아버지, 할머니 되시는 아버지의 부모님 산소로 곧잘 다녀 오시곤 하시지요.
지금은 아버지 고향의 어르신들도 거의 돌아가시고, 아버지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얼마 안계시기에 마음 한자락이 고향에 대한 추억으로 항상 애닯으신듯 합니다.

지금까지 한두어번 옛 얘기를 하셨을까...
겨울이면 집 뒷산에서 토끼 몰이를 하셨다는...짧은 추억거리를 살짝 내놓아 주시는게 고작...
아부지의 어릴적은 어땠는지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답니다.
아마도 저 보다는 훨씬 더 말썽쟁이 셨을거 같은데...^^;


살아오신 날들 보다 앞으로 살아가실 날들이 많이 짧다는 걸 아시기에, 가누기 힘드신 몸으로도 바뿌셔야 했을 그 맘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만...
으짜시겄다고...

며칠전, 지붕의 색깔이 바래서 동네 이장님께 색칠을 부탁 하셨다고 합니다.
지붕위에 올라서서 색을 칠하려면 미끄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 줄 것이 지붕 스레트에 박힌 못인데...
몇해가 지나다 보니 지붕의 스레트 못이 군데군데 빠져 버렸든가 봅니다.
그래서 일 시켜놓고 지붕이 미끄러우면 안된다시며 그 가녀린 다리로 지붕위에 오르셔 온 지붕에 못을 박으셨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도 올라서면 긴장이 되어 바짝 힘이 들어갈텐데...
높고 미끄러운 곳에서 버티고 서서 못 질을 하셨을 생각을 하니 지금도 섬뜩합니다.

그렇게 며칠을 몸살로 앓으시고, 감기 기운까지 더해 입맛도 잃으시고 많이 쇠약해 지셔, 급기야 엊그제 월요일엔 병원에 입원까지 하시게 되었지요.
전날 밤 늦은 시각, 엄마가 얼마나 놀라셨든지 낼 아침에 당장 모시고 나가서 입원하셔야 할거 같다고 다급하게 전화를 하셨었지요.

어찌된 영문인지 자초지종도 다 듣지 못하고, 밤새 뒤척이다 아침을 맞이했는데...

엄마가 궁시렁 거리시는 말씀인즉,
'지붕 그거 그대로 살믄 으짠다고 거기를 올라가서 못을 박은다고...당신이 안하믄 누가 못할까비...젊은 사람도 그 높은 곳에 서 있으믄 온 몸뚱아리에 힘이 들어 갈꺼신디...다리에 힘도 읍는 사람이 으뜨케 거기를 올라갔는가 모르겄어야 참말로...'
듣자하니 엄마가 일 나가신 동안 아부지가 혼자 지붕에 올라가셨던 것이지요.

요새 울 아부지 하시는 모습을 보면 맘이 굉장히 바뿌신가 봅니다.
'이것도 빨리 해 놔야 한다...저것도 빨리 해 놔야 한다...은제 할라고 저렇게 놔 두느냐...'
엄마 말씀이 올해 들어 더 심해 지셨다네요...바뿌시겠지요...

 

이번주 부터는 울 아부지까지 챙겨 드려야 하니 그란해도 없는 시간 더 쪼개서 쓰려니 소금장수가 더 바뿌고 있네요.
영양제 맞으시고, 식사 시작하시고, 그래서인지 아까 저녁엔 얼굴이 많이 좋아지시고 눈에 힘도 들어가 계시드라구요 ^^*

제 작년 생신때 폐암 수술 하셨던 자리가 걱정되었었는데, 여러가지 검사에서 다행히도 이상이 없고 약한 폐렴증상이라고 하시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 합니다.
칠순 한달여 남겨두고 암 판정 받으시고 수술하셔 칠순도 못 챙겨드렸고...

그러고 나니 제 맘이 더 바빠지던지요.
다음 해 추석, 친정식구 사위부터 손자까지 17명 모두가 함께하는 제주도 여행을 감행했었지요.
아부지와 함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요.

그렇게 모두가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고, 다음 달 말경 막내 여동생 딸래미 돌잔치 겸사겸사해서 가족 모두가 서울로 또 한번 모태면서,
이번엔 17명 모두 함께하는, 아버지와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 동안에 얼른 쾌차하셔서 서울까지의 여정에 힘겨워하시지 않고 동행 하실 수 있다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렇게 글로 정리해 보니 아부지와의 대화가 너무도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부지에 대해 아는게 없다는 생각에 죄송해 집니다.

아무리 잘 해도 돌아가시고 나면 후회되는 점이 있다는데, 앞으로 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부지와 나눠야 할련지 맘이 바빠집니다.


울 아버지의 아버님...저의 할아버지...

남겨두신 흔적이라곤 이 사진 한장과 영정 사진으로 그려 놓으신 사진하나...

시간이 더 흐르면 잊혀져 버릴까봐 지난번 큰댁에 갔을때 핸드폰으로 찍어온 사진 입니다.
할아버지 사진을 보면서 울 아부지, 울 엄마 사진 많이 찍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드라구요 ^^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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