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께서 아빠 산소에 벌초 하시다가 사진을 보내 오셨네요.
아빠 산소는 가족들의 추억이 가득 담겨있는
동네 뒤 언덕배기 밭에 있습니다.
생전에 아빠를 엄청 미워하시던 엄마는
처음 6개월 정도는 별로 내색을 않으시더니
1년이 지날 즈음부터는 이런저런 모습으로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 주시더라구요.
"밭 한바퀴 휘~ 둘러 보면서, 느그 아빠한테 '밭에 싹이 맘에 들게 나요~? 으짜요~?' 하고 물어 봤는디, 암말도 웂드라~"
"밭에 올라가 봉께...노루가 와서 시금치를 다 뜯어 묵어 부렀냐...그래서 느그 아빠한테 한소리 했다~~ '노루 안 쫓으고 뭐했소? 시금치 다 뜯어 묵어 부렀구만...'"
"그래서 아빠가 뭐라 그럽디요~?" 하고 물으면
"으째 미안했는가 암말도 웂드라~"
"잠만 자지말고 밭에 새 온가 안온가 잘 보쑈~~"
"벌초 다 하고 나서 '션하요~?' 라고 물어 봤드만, 션하다 하냐~"
웃으면서 말씀하시지만,
그 말씀 속에 들어 있는 감정이 보여서
'엄마도 아빠가 많이 그리우시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컥하기도 하고...
'생전에 미운 감정들은 다 버리셨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엄니가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흐뭇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날 더운데 친정 엄마 혼자 고생이 많으셨을거 같아요.
아래 사진을 보자마자
갑자기 말총 머리를 했던 외국인 운동 선수들이 생각나서
정말 많이 웃었네요. ㅎㅎ
잔디가 정말 잘 자라는거 같아요.
저희 아빠는 추석 쇠실라고 벌써 이쁘게 이발을 하셨네요.
오늘부터는 자식들 올 날만을 손가락 꼽으며 기다리고 계실거 같아요.
엄마 아빠 이발해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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