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에 당했어요.

보이스 피싱에 당했어요.

 

어제 오후
소금 주문 전화가 왔다.

대전의 골프장 식당인데
소금을 여러포대 주문했다.

 

와이프 이름으로 600,000원 입금한다고
문자로 주소를 받았고
바로 입금 문자가 들어왔다.
(농협 1588-2100에서 입출금 문자 서비스를 받고 있음/월 900원)

 

 

근데 600,000만원이 아니라
6,000,000원 입금 문자가 왔다.

바로 전화를 했다.

‘600만원을 입금하셨드라...’

‘그렇잖아도 전화드릴라 그랬는데
사장님께서 전화주셨네요.‘

 

임빙헐놈
지금 생각하니 욕 나오네 ㅎㅎ

 

바로 입금 해 드릴테니
계좌번호 보내 달랬더만
국민은행 계좌번호를 보내 옴.

 

가끔 이런 경우가 있음.
30,000원을 입금해야 하는데
300,000원을 입금 한다든가 하는...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엔
급한 일부터 처리한 후에
송금 해 주곤 했었는데

 

이번엔 차액이 540만원이라
고갱님이 걱정 하실 것 같아
택배 싸다 말고 송금을 해 줌.

 

 

오후 4시 49분 47초에 송금...
‘입금했습니다.’ <-- 착실하게 문자까지 보내 줌.

 

근데 인터넷뱅킹 거래내역을 보니
600만원 입금내역은 없고
내가 송금한 540만원 출금내역만 보임.

 

 

오후 4시 50분
1588-2100에 전화해서
600만원에 대한 입금내역이
왜 안 보이냐
540만원 출금내역은 보이는데

 

농협 직원이
이것저것 물어 보며
사건 접수를 진행 중.

 

그때 까지도 나는 멍~

 

 

입금 문자가 왔는데
인터넷 뱅킹엔 거래 내역이 없다니까요

 

‘고객님, 600만원 입금 되었다는 문자에
잔액도 보이시나요?‘

그러고 보니 잔액이 안보이네...
그러고 보니 문자 내용도 살짝 다르네...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하네...

 

 

‘고객님, 그거 보이스 피싱이에요.’
‘입금 문자인 것처럼 보내고 차액을 입금 해 달라고 하는...’

 

지급정지 한참 진행 중인데
그 놈은 계속 전화를 해 댐.

 

 

오후 4시 54분
국민은행에 지급 정지 신청 완료.

 

경찰서에 가서 뭐시기를 어쩌고 저쩌고
다시 그걸 가지고 국민은행엘 가서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그 계좌에 잔액이 남아 있는 만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10원 있으면 10원만 받을 수 있고
그대로 있으면 540만원을 다 받을 수 있고

 

머리가 굳어가기 시작하고
손이 떨리고
최대한 침착하게 다 받아 적고.

 

 

그래도 운동을 갔어요.
계속 생각 날 까봐
근디 운동도 뭘 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라든 저라든 잊혀지지가 않드라구요.

 

입맛도 없고
힘아리도 없고

 

집에 갔는데 성현이가 라면을...
'엄마, 아직 결정 된 건 없으니까 낼 돼 봐야 아니까...얼른 라면 좀 드세요.’
라면이 넘어 가드라고요

 

이불 속에 누워서
자자 자자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건
암껏도 없고
낼 그 통장에 돈이 남아 있으면
내 돈인 것이고
한푼도 안 냉기고
그 놈이 싹~ 빼 갔으믄
내 돈이 아닌 것이여

 

 

요렇게 주문을 외워도
내가 워낙 똘똘해서 그란가
주문에 걸리지도 않고

 

써글 놈
임빙헐 놈

 

그렇게 밤을 꼴딱 샛네요.

아침에 055로 전화 한통이 오드라구요.

경남 양산 남양산 지점 국민은행 ㅇㅇ라고

 

지급 정지 신청하셨죠?

그게 저희 고객님 통장인데
저희 고객님도 비슷하게 당하셔서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시고 오셨데요.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지급 정지를 풀어주셔야
일 처리를 할 수 있는데요.

 

‘그럼 그 통장에 지금 돈이 들어 있다는 건가요?’
‘잔액 만큼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하던데요?’

 

저희 고객님 앞에 계시니까
바꿔 드릴테니까 통화 하셔서
처리 해 주실래요?

 

 

‘지금 이 판국에 거기가 진짜 은행인지 어찌 믿고 지급 정지를 풉니까?’
‘경찰서에 가서 이러이러 하라던데요~’

​

‘사건 처리하면 복잡해 지고 길어지니까요...’
‘그럼 가까운 국민은행으로 가시구요...메모 좀 부탁드릴게요.’

​

직원 코드번호와 이름을 받아 적어서
국민은행으로 달려 감.

​

​

540만원 다 받았어요.
아...눈물나...

​

어깨도 손목도 팔꿈치도
너덜너덜 해 질 정도로
죽자고 번 돈인디...

​

​

입출금 내역 문자 서비스 받는 분들은
조심하시고
혹시 잔액 없이 입금 문자 오면
내 대신 그 써글놈한테
욕이라도 한 바가지 퍼 부어 주시길~

​

참고로
은행 직원 왈
경찰서에 사건 접수하면
통장에 돈이 들어 있어도
3~5개월은 걸려야 받을 수 있다고 함.

​

삶이 아주 버라이어티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