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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장수 이야기

내 나이 12살때쯤 1시간에 250원 받고 일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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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내가 12살즈음 이었을까?
요즘 같이 이렇게 추운 겨울 날(그땐 아마도 더 추웠던거 같다.), 내가 처음으로 노동(^^)을 해서 받았던 시급이 250원 이었었다.

그때는 도초에서 육지에 한번씩 나가려면 큰 맘을 먹고 며칠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했을 정도로 배편이 안좋았던 시절...
지금은 쾌속선으로 50분, 차도선으로 2시간여만 가면 밟을 수 있는 곳이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4시간 50분 동안 배를 타야 했었는데...
조그마한 여객선에 실내는 침침하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심하게 요동치던...
또 엔진 냄새, 기름 냄새 등은 왜 그리도 심하든지...
멀미에 체면이랄 것도 없이 배가 뒤뚱 거리는데로 뒹구르르~ 뒹구르르~ ^^
그래도 지금 생각하니 그때 그 '광순호', '천신호' 등은 추억의 이름들이 되어 가슴속에 남았있다.

아무튼 그랬던 시절...
요즘은 할머니 흰머리 하나만 뽑아도 50원, 100원 받는 시상인데~~~ ㅎㅎ
허긴 강산이 몇번도 바꼈을적 얘기니까~~ ^^*


그때도 지금처럼 겨울이면 온 들판을 초록으로 뒤덮었던 시금치 밭은 섬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에겐 황금을 캐는 밭이었지요.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지요 ^^) 고학년 쯤 되었을때 부터 엄마가 알려 주시는데로, 가마솥에다 불을 떼서 밥을 하면서 부터 세상 살아가기가 힘들다는걸 차츰 깨달아 가기 시작했던거 같아요~ ㅎㅎㅎ

왜 엄마는 새벽같이 나가셨다가 컴컴할때 오셔야 할까?
밥 하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구나...
손을 푹 담궈 손목 부분 뼈가 툭 튀어 나온곳까지 물을 맞춰야 하고...까딱하면 죽밥 또는 꼬들 밥...
아궁이 앞을 지키고 앉아 가마솥에서 눈물이 흘러 나올때까지 불을 지피고 앉아 있어야 하다니...
가마솥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타이밍을 놓치면 시커멓게 타 버리고...
깜빡 잊고 많이 놀다가는 뜸드려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컴컴해져서 엄마가  돌아오시면 네 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종일토록 추위속에서 고생하셨을 엄마의 고단함은 안중에도 없고 '엄마 주머니에서 뭐가 나올까?'에만 관심을 갖었던거 같다.

그때는 장사꾼들이 시금치를 밭떼기로 사서, 사람을 써서 시금치 작업을 했었다.
엄마는 그렇게 종일토록 바람이 쌩쌩부는 허허벌판에 쪼그리고 앉아서 시금치를 캐고 다듬는 작업을 하시면서, 중간에 간식으로 주는 눈깔사탕이나, 사과 하나 등을 드시지 않고 몰래 주머니에 담아가지고 오셨던 것이다.

꽁꽁 얼었을 엄마의 손과 발을 한번도 잡아본 기억이 없다.
오로지 엄마의 주머니에서 뭐가 나올까만 관심사 였던거 같다.
엄마 주머니에서 눈깔 사탕이 나오는 날엔, 밀가루 포대(종이 밀가루 포대)를 찢어서 눈깔사탕을 싼후 망치로 탁~ 두드리면 일정하지 않은 모양으로 깨져 있는 사탕을 엄마의 방식데로 네 딸들에게 나눠 주시곤 하셨었고...
사과가 나오는 날엔 똑~~~~~~같이 네 등분을 하여 나눠주곤 하셨었는데...

근데 엄마는 사과를 드셨었을까?
눈깔 사탕을 드셔 보셨을까?
지금은 이렇게 궁금해 지는 것들이 왜 그때는 당연히 우리 몫이라고 생각을 했었는지...

그렇게 일이 많은 날엔 하루종일 오천원을 벌어 오시는 날도 있었고, 이천원, 삼천원을 벌어 오시는 날도 있었다.

어느날 들었더니 나와 이름이 같았던 친구 (박)영숙이가 즈그 엄마를 따라 시금치를 하러 갔다가 쫓겨나지 않고 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때 초등학생 애들은 받아주질 않았었다.
손에 힘이 없다보니 낫질을 깊이 못하니 시금치 목(^^)이 날아가 시금치가 상품 가치가 없고, 또 손이 빠릇하지 않기 때문에 애들은 받아주질 않았었다.
그런데 (박)영숙이는 돈을 받았다니...
허긴 그때 (박)영숙이는 일을 잘하기로 소문이 났었다...공부도 잘했고, 얼굴도 이뻤고...엄친딸?? 이었네~~ ^^

'엄마, 그럼 나도 가면 안돼?' 라고 물었더니만...
'가 보까?' 그러셔서......

완전 무장을 했다.
손에 맞지도 않은 목장갑을 두개나 끼고, 양말도 내꺼 두개에다 엄마꺼를 위에다 하나 더 신고, 엄마 방한화를 신고, 내복에 티셔츠에 내 잠바에 엄마 잠바까지 걸치고, 머리와 목에 털실로 짠 목도리를 친친 감고...^,.^;;

지금 생각해 보면 '저렇게나 입고 어찌 일이 될까...' 싶었지만...

그렇게 조마조마 엄마를 따라 가는데...
(섬의 밭들은 그리 크질 않아서 밭 하나를 다 해내면 또 다른 밭으로 옮기고 옮기고 그랬었다.)
저만치 다음 시금치 작업을 할 밭에서(한 500여미터 정도 쯤) 장사꾼이 소리를 지른다.
'아그들은 오지 말어야~~~~~아그들은 오지 말어야~~~~~~~' 라고...

걱정스런 맘에 엄마를 올려다 봤지만, 엄마는 괜찮다고 따라 오라고 했다.
허리를 쭉~ 펴고, 고개를 있는 힘껏 빼고 동네 아줌마들하고 우르르 엄마 곁에 바짝 붙어 따라 갔다.
그래도 그 장사꾼은 소리를 멈추지 않고 질러댔다.
'아그들은 오지 말어야~~~~ 아그들은 오지 말어야~~~~~'
그렇게 내가 시금치 밭 안으로 이미 들어갔는데도 장사꾼의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누구한테 그러는건가? 싶어서 다들 돌아다 봤더니만...
미선네 엄마한테 소리를 질러데는 것이었다~ ^^
미선네 엄마가 키가 좀 작기는 하지만...그렇게 작은 편은 아닌데~~~ ㅎㅎ

그렇게 엄마 옆에 바싹 붙어 다니면서 부지런히 시금치를 따고, 또 다듬고 했었다.
장사꾼이 돌아 다니며 살피는데 우리 무리쪽으로 올때면 더 열심히 다듬었던 기억이 있다~ ㅎㅎ

그렇게 첨으로 일해서 받았던 돈이 750원 이었다.
어른들은 시간당 500원, 애들은 250원씩 줬었다.

그렇게 서너번 따라 다녔던거 같은데...
근데 그 돈은 어떻게 했지?
분명 엄마에게 맞겼을텐디~~~~ ㅎㅎ

이번 설날에 또 딸들이 다 모탠다.
다들 시댁에 들러 차례를 지내고 명절 당일날 서둘러서 친정으로 모탠다.
명절날이 되면 우리집 식구들로 동네는 조금 활기차진다.

사위들은 밤새 고스톱 판을 벌여놓고 장인, 장모가 겨우내 시금치 해서 번 돈을 다 따가지고 가겠다고 떼를 쓰고,
욕심많은 울 아부지는 '겨우내 춘데서 시금치 해서 벌어 놨드만 그걸 따 갈라 그런다.'시믄서 화투짝에 힘을 실어 내리치시고,
딸들은 각자 남편 옆에 붙어 앉아 훈수를 두고~~~~~ ㅎㅎ

고스톱 판이 끝나면 딸들은 빙~ 둘러 누워 밤새 옛 이야기를 하고...
매해 그렇게 밤새 얘기를 나눠도 뭬 그리 할 얘기들이 많은건지...

옛 이야기 도중 안좋은 기억에 대한 화살은 항상 나에게로 돌아온다~ ㅎㅎ
내가 항상 무릎으로 허벅지를 제겼다는 둘째..."언니 니가 허벅지로 제기면 을마나 아펐는지 아냐??"
엄마가 똑 같이 나눠 먹으라고 주면 내거 얼른 먹고 뺏어 먹었다는 야기...안주면 막~ 화 냈다고~~~ ㅎㅎ
엄마가 물엿이나 설탕 사다 놓으면 내가 몰래몰래 먹어버려 쑥쑥~ 줄어 들었다는 얘기... ㅎㅎ

이번 설에는 엄마에게 그때 내가 시금치 해서 번돈을 지금도 잘 맡아두고 계시는지 여쭤봐야 겄당~ ^^



어릴적 사진이 많이 없다.
요건 내가 생전 처음으로 찍혔던 사진이다.
왼쪽이 나, 오른쪽이 바로 아래 동생.

울 엄마가 잘라준 머리에 플라스틱 머리핀...
무릎이 헤어진 바지에 양말도 안 신은 검정 고무신...
이때가 아마도 봄이었던거 같다.

이 사진 올린거 알믄 동생이 또 한소리 하겠당.
동생 머리도 엄마가 연습삼아 자르신 커트...^^
새로 사준지 얼만 안된듯한 많이 접은 바지...ㅎ
거꾸로 신은 검정 고무신...



기억의 착오...
설날 밤 엄마랑 요때 얘기를 들춰내면서 내 시금치 값의 행방을 찾아냈다 ^^
'그랑께...엄마한테 맡겼던거 같제~??' ㅎㅎ
 
근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금액들이 모두 착오 였더라는...
그때 당시 어른들은 1시간에 50원, 100원 이었고...애들은 하루종일 시금치를 따고, 다듬고 해서 600원 정도나 받았다고~~~ ㅎㅎ 

'에고...흠...그랑께야...그 어린것을 델꼬 춘데서...'
울 엄마 이 얘기 하시면서 내 손을 을마나 꼭~~ 잡으시던지...^^
그래도 난 추억이 있어서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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