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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장수 이야기

추석 날 평화로웠던 오후...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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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식구 17명 모두가 모였던 추석 날 오후...
마당에다 벽돌을 쌓아 올리고, 철망을 걸쳐 장작불에 고기를 굽던 사진이 한장도 없이 날라가 버렸어요.
큰 고무 다라이를 엎어서 식탁 대용으로 쓰고, 그 위에 올려진 술들도 지대로 였는데...
고흥 동생네 시댁 동네 양조장에서 공수해온 유자 막걸리랑(제가 젤로 좋아하는 막걸리지요~ ㅎ)...
셋째 동생이 복분자로 직접 담근 복분자 주랑...(달짝지근하니 너무 맛있드라구요~)
남편이 얻어온 봉삼주랑...
봉삼주는 관절이나 아토피 등에 좋다고 하여 서로 먹겠다고 난리였었는데, 아무리 좋다해도 너무 독해서 못 먹겠드라구요...^,.^ 

울 엄니는 전혀 술을 못하시는데, 관절에 좋다니까 두어잔 드시더니만 얼얼하니 덤벙덤벙하고 취한다고 하시데요~
그날 저녁 마당에선 네 사위들이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뭐라고 그리도 떠들어 대든지...
여자들 말 많다 그러는데...남자들도 만만치 않은거 같데요~ ㅎㅎ
막내 제부가 삘 받었든지...동생이랑 연애할 때 서운했던 점들이랑...처형들 무서웠다고 얼마나 해 대든지...죽는다고 웃었네요~ ㅎㅎ 

그날 밤 늦도록 남정네들은 마당에서 자매들은 거실에서 수다에 수다를 거듭해서 떨고...
아이 어른 할거 없이 몽~~~땅 달맞이 가기위해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나가 동네 한바퀴 돌고 왔지요. 

다음날엔 일찌거니 일어나서 차 한대랑 경운기에 나눠타고 시목리 해수욕장에 가서 모래 좀 파주고...^^
집앞 하천에서 낚시를 하자는 의견들이 다수여서 집으로 고고씽~~ 

차로 이동하는 팀들이 낚시 바늘이랑 찌랑 몽돌을 사가지고 가고...
집에 있는 남동생한테 전화해서 대나무를 쪄 놓으라 그러고~~~ ㅎㅎ
경운기로 도착해 보니 대나무 낚시대를 다 완성해 놨드라구요~ ㅎㅎ 

이깝(미끼--지렁이)을 파야는디...요새는 지렁이도 귀하다드만.....
친정 엄마따라 쫄래쫄래 텃밭에 갔더니만...아주 지렁이 밭이드라구요~ ㅎㅎ

14명이 대나무 낚시대를 들고 하천으로...


꼬맹이들도 각자 하나씩 낚시대를 들고, 뚫어져라 찌만 쳐다보고 있었죠~
물고기가 있기는 있는 걸까...한참을 기다리고...


유일한 여자 조카가 먼저 붕어를 낚았어요.
그러고보니 낚시 바늘을 직접 빼겠다고 저러고 앉아 있는 건지... ^^ 

그 이후로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지고 붕어들이 올라오드라구요~
그날 꽤 잡았습니다.
아이들도 다들 신기하고 또 신이나서 방방뛰고 난리도 아니었죠~
서울 촌놈들이 대나무 낚시를 해 봤겠어요~ ㅎㅎ 

젤 윗 사진속 제일 막내만 못 잡았다고 울고불고..... ^^* 


요것이 뭘까요??
우리 성현이 말로 '짱어'입니다.
다들 찌를 뚤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성현이가 "와! 짱어다~~"라고 소리를 질렀지요. 

근데 저놈은 물뱀이었습니다. ㅋ
짱어는 절대로 물 위로 떠서 다니지는 않지요~ ㅎㅎ  


그렇게 햇빛 뜨겁고, 바람도 살랑살랑 좋더니만...어느 순간엔가 문득문득 찬바람이 느껴지더니만...
채 10분도 되지 않아 하늘이 소용돌이를 치는거 같았습니다. 

필름을 빨리 돌리는 것처럼 하늘의 구름이 슝~슝~ 움직이고...
그러더니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지고...
저 구름만 지나가면 괜찮을줄 알고 다들 '우와~~~우와~~~'라고 하면서도 낚시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었지요. 


그런데 순간 엄.청.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만 이렇게 까매졌어요.
돌가루며, 지푸라기며 모든 것들이 하늘을 날기 시작했고, 하천의 물까지 튀어 오르는거 같드라구요.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너무도 놀라서 꼬맹이들 셋은 차에 태우고...
저는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차에 타고...
다리위에 세워 놓은 차가 너무도 흔들려서 얼마나 무서웠던지...
남편이 차로 달려 오길래 운전석을 비켜 줬더니만...왠??? 차 뒤에 숨드라구요~ 

나머지 사람들은 어쩌고있나 돌아보니 모두가 뛰기 시작하드라구요 ㅎ
남편한테 얼른 차에 오르라고 해서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는데...다들 죽어라 뛰고, 모자가 날려 논으로 모자를 주우러 가기도 하고...
그러다 코너를 돌아서 보니...다들 을마나 죽어라 달려부렀든지 이미 집으로 들어가고 아무도 안 보여서 얼마나 웃었든지...
하천에서 집까지는 한 1km나 될까요? ㅎㅎ 

집에 들어와서 보니 다들 꼴이 말도 아니고...
성현이는 맨발이었는데도 정신없이 뛰다보니 아픈줄도 몰랐었다가 발바닥이 아프다고 난리고...
잡은 붕어는 챙겨온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니 아무도 안 챙겨 왔다 그러고...
낚시대도 서너명만 꽉 움켜쥐고 뛰어오고, 나머지는 낚시대고 뭐고 다 팽개치고 죽어라 뛰었다 그러고...
전날 일찍와서 농사일 도왔던 막내 제부는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허리가 아펐었는데, 아픈줄도 모르고 죽어라 뛰었다 그러고...
집안이 시끌시끌 난리가 아니었었습니다. 

달리기 대회 나가면 모두가 일등하겄드라구요~~ ㅎㅎㅎ 
 전날 저녁부터 오랫만에 동네가 시끌벅쩍 했을 겁니다. 

추석 날 시댁에서 성묘가다가 찍은 늙은 호박입니다.
요놈으로 호박죽도 쑤어 먹고, 호박 식혜도 해 먹고 그러면 정말 맛있을텐디...  


이렇게 큰 녀석이 저 가느다란 줄기에 매달려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드라구요.
풍성한 가을은 마음까지 풍요롭게 하는거 같습니다. 

나머지 사진들이 없어서 너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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