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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장수 이야기

중학생 성현군의 도시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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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메추리알 장조림, 버섯 새우 야채 볶음, 연근 조림, 각종 동그랑땡 그리고 김치.


꼬맹이 성현군이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는 것을 대견스러워 할 겨를도 없이,
저는 성현군의 도시락 때문에 머리 싸움에 돌입을 했습니다.

학교 급식실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1학기 동안 매일 도시락을 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지요.
(아니...지금까지 뭣하다가 인자사 공사를 한다고 그라까잉~ <---- 제 속마음)

유치원 때, 1주일에 하루~!! 도시락 싸는 날도 금방 돌아오잖아요. ^^;;
1주일에 한번 싸던 도시락 반찬도 무쟈게 신경 씌이구요.
근데 1학기 동안 매일!!이라니...

허긴 요즘 엄마들 옛날 우리네 엄마들에 비하겠어요?
그 시절엔 아이들도 많아서 도시락 갯수에서 부터 차이가 났지요.

엊그제 울엄마 하시는 말씀이...
'그랑께 느그들...뭐 별거나 싸 줬겄냐...맨...김치나 볶아서 싸 줬제...'
'그란디...맨...김치였어도...그래도 그거시 머리 무갑드라야...'


첫번째 날;

1. 동그랑땡
참치 캔 국물 쫘악~ 따라내고, 부추, 팽이 버섯, 당근을 무쟈게 다진 후...
(이때다 싶어 야채는 엄청 많이 넣었지요 ㅎ)
달걀 3개를 깨서, 함초굵은소금으로 간을 하고 끝!!

2. 콩나물
3. 김치

아무리 맘을 편하게 갖자 생각해도, 맘이 무겁더군요 ㅎㅎ
아는 언니들은 돈줘 보내서 친구들끼리 사 먹으라고 하라든데...그건 좀 미안한거 같고...^,.^

입학식 날, 선생님께서 일부러 말씀하시더군요.
'밖에서 사 먹게 하지 마시고, 정성들여 도시락을 싸 주세요.  우리 학교 주변에는 사 먹을만한 곳이 없답니다.'


암튼 첫날, 학교에 다녀온 성현이가 혹~! 하게 하는 말을 하더군요.ㅎㅎ

"엄마, 선생님께서요...도시락 싸오기 힘든 사람은 학교 앞 도시락 집에서, 단체로 먹을 경우 3,500원씩 하기로 했으니까 먹을 사람은 말 하랬어요." 라고 말하더군요.

"그래??(너무 반가운 나머지^^)   성현이 생각은 어때??(성현이가 거기 도시락을 먹겠다면 좋다는 생각으로 ^..^;;)"
"저는 돈 드니까 그냥 도시락 싸 갈래요~!!"
"(흐업~!!) 으응...ㅎㅎ 돈 든다는 생각하지 말고...성현이 생각은 어떤대?(유도 심문 시작ㅋㅋ)"
"아녜요...저는 그냥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 가져갈게요."

단, 1초도 생각지 않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진짜 그러고 싶나 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ㅎ
속으론 쫌 맥이 풀렸지만요 ㅎㅎ (너무 솔직한건가??)


저녁 밥을 먹고 좀 있다가 다시 성현이의 의중을 떠 볼 심상으로...다시 도시락 얘기를 꺼냈죠 ^^
(근데 솔직히 성현이의 생각은 확고한데, 의중을 떠 본다기 보다는 엄마의 속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램이었겠지요 ㅎㅎ)

"성현아!! 근데 있잖아....(이 순간 제가 아들의 맘도 몰라주고,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니야..."
(내가 이럴 때나 엄마 노릇을 하지, 언제 엄마 노릇 하겠어...1학기만 싸는 거니까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싸 주자.) 라고 맘을 먹었지요.
"왜요?  뭔데요~?"
"아니, 엄마가 도시락 싸 준다고..."
"네...그렇게 하려구요."


둘째 날;
1. 동그랑 땡
2. 김치


첫째 날 반찬에서 콩나물 만 빼고, 동그랑 땡과 김치만 싸줌.
다시 부담.
(싸 주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서 싸 줘야 하는데...)

그날 낮에 일하다 말고 또 다시 갈등을 했지요.ㅎㅎ

저녁에 집에가서 성현이와 다시 대화에 돌입.
(도시락 집에서 도시락 받아서 먹는 친구들이 있다면, 성현이도 그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다시한번 물어 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성현아!  도시락 집에서 먹는 다는 친구들 있든?"(직접적으로 얘기는 못하고..)
"아뇨, 한명도 없었어요." (완전 뜨끔...속 없이 우리만 먹겠다고 했으면, 챙피할 뻔 했다는 ㅎㅎ)
"그랬구나...그럼 친구들은 다 도시락 싸 오든?" (맘 다 접고, 진지하게 물었죠.)
"아뇨...안 싸오는 애들도 있어요."

그렇게 해서 저는 갈등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본의 아니게(한편으론 기쁜 맘도 있었구요^^;;) 열심히, 성현군의 도시락을 정성스럽게 싸주는 엄마가 되기로 했답니다 ^_________^;;


셋째 날;
1. 동그랑 땡
두부 1모를 꽉~ 짜서, 부추, 당근, 팽이버섯을 송송 썰어넣고,
달걀 3개를 넣고, 함초굵은소금으로 간을 하고 끝!!



2. 버섯 새우 야채 볶음.
꼬마 새송이 버섯, 붉은 피망, 브로콜리, 냉동 새우살을 넣고 올리브 유에 살짝 볶았습니다.
역시나 간은 함초굵은소금으로 한 후, 깨소금만 살짝 뿌렸지요.

사실 성현이는 새송이 버섯과 브로콜리는 잘 안 먹었었는데, 이렇게 볶아 놓으니 오면서 가면서 맛있다고 집어 먹드라구요.
도시락에도 블로콜리랑 버섯도 많이 넣어서 싸 줬더니 다 먹고 왔어요.ㅎ




넷째, 다섯째 날(8일(어제)~9일(오늘));
1. 쇠고기 메추리알 장조림
설에 시어머니께서 주신 쇠고기랑 메추리알, 꽈리 고추를 넣어서 장조림을 했어요.

메추리알은 미리 삶아서 껍질을 까 두었다가,
쇠고기 송송 썰어서 집간장에 살짝 볶은 후,
물을 쬐끔 넉넉히 붓고, 간장도 쬐끔 넉넉히(?), 마늘도 다져 넣고, 꽈리 고추도 넣은 후 같이 조렸습니다.
(순서가 맞는지...꽈리 고추와 마늘은 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넣었네요 ㅎ)

간장이 집간장이라 메추리알이 까맣지 않습니다 ^^




2. 연근 조림.
연근은 정말 비싸요.
그래서 늦은 시각에 마트에 들러 조금이라도 싸게 팔때 사 두지요. ^^*

성현이는 연근의 아삭아삭함 보다는 약간 물컹한 느낌을 좋아해서 좀 오래 익히는 편입니다.

연근을 익히다가 집간장과 올리고당을 넣고 조렸습니다.

집간장을 쓰기 때문에 연근도 색이 거의 허옜었는데,
올리고당을 좀 많이 넣었더니 색이 좀 진해졌네요.
올리고당에 색상을 내는 무언가가 들어가 있나봐요.




요렇게 이틀 씩 같은 반찬을 넣어서 싸 주고 있네요.
아직 까지는 할만 합니다 ^^

어제는 드뎌 반 친구들 둘과 친해져서 점심까지 같이 먹는 사이가 되었다고 자랑하더라구요.
"다른 친구들은 반찬 뭐 싸 왔든?"
"한 애는 비엔나 쏘시지랑 김치랑 싸 오구요, 다른 애는 계란말이랑, 단무지 무친거랑, 김치랑 싸왔어요...근데 계란말이 진짜 맛있었어요."

같이 먹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성현이는 생각보다 빨리 친구를 사귀어서 그 부분은 정말 안심이 되는거 같아요.

이제는 도시락 반찬 때문에 머리 아프지 않게, 미리서 목록을 쭉~ 만들어 둬야 겠어요.
이 참에 맘 먹고 도시락에 정성을 좀 들여서, 지금까지 바뿌다고 제대로 못했던 엄마 노릇 좀 제대로 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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